걸어서 역사 속으로
모든 대사는 몽크의 잡퀘스트에 나오는 NPC인 '에릭'의 대사입니다.
'샘물왕'이라 불린 군주,
'라라웨프 실 타타웨프'가 서거한 뒤
'실디하'는 큰 혼란에 빠졌네.
라라웨프 왕이 추진했던 경제개혁은 그럭저럭 성과를 거뒀으나
그때 큰 폭으로 올랐던 세금으로 인해 민심은 흉흉해져 있었고
거기에 극심한 가뭄까지 겹치며 사람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어.
실디하는 크게 흔들렸지.
……그 상황을 이용하기 위해 끼어든 것이
마찬가지로 가뭄에 시달리고 있던 울다하였어!
시간의 왕 '사사간 울 시시간 3세',
지금의 제2기 울씨 왕조의 먼 조상이다만…….
그는 군사를 이끌고 실디하에 쳐들어가
라라웨프 왕이 치수 사업을 통해 발견했던
수원지를 빼앗으려 했네.
하지만 실디하의 지도층은 이를 역으로 이용하여
울다하의 침공을 국난으로 선포하면서
시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울다하에 결사 항전하도록 했지.
이에 따라 양측의 전력이 전면적으로 맞붙었고
전쟁은 길어지기 시작했어.
하지만 얄궂은 일이지. 실디하의 지도부는
시민 선동에 성공했지만 이를 마냥 기뻐할 수도 없었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고가 점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거든.
전황은 고착상태였고, 실디하는 이를 뒤집기 위해
실로 무시무시한 작전을 선택했는데…….
……그건 바로
'병사를 좀비로 바꾸는' 것이었다네!!
하지만 전쟁의 혼란 속에서 '실디하'는
좀비의 통제에 실패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고……
결국 시민 대부분이 좀비 무리가 되어버리고 말았지.
적국이 알아서 괴멸하는 모습을 본 울다하는 신이 나서
"좀비들을 달 신에게 돌려보내기 위한 성전"이란 대의명분 하에
'실디하' 관문을 봉쇄하고 좀비들을 깡그리 섬멸했다네.
'망국 실디하'에 대한 강의는 여기까지일세!
역사는 수없이 많은 교훈과 격언을 담고 있네.
역사가 곧 자네 삶의 양식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게나.
'마법'의 원동력이 되는 에테르는
모든 '살아있는 것'의 근원이자 보이지 않는 생명 에너지일세.
한 생명이 죽을 때 그 안의 에테르는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지지.
하지만 때론 그 일부가 형태를 이루어 물질계에 남기도 하네.
자네도 본 적 있는 '크리스탈'
또한 그렇게 에테르가 결정화된 것이지.
……어쭙잖은 학자 놈들도 여기까지는
대략 알고 있겠지만, 나는 한발 앞선 추리를 한다!
내가 보기엔 분명
"방출된 에테르가 결정화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남는"
경우도 있어!!
알기 쉽게 예를 들자면, 유령이나 도깨비불을 떠올려보게!
죽은 사람의 혼이 나타나는 거라고?
그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린가!
그건 그저 잔류 에테르의 발광현상에 지나지 않아!
원리를 설명하자면 이러네…….
물질이나 생명이 소실될 때는 에테르가 방출되지.
대부분의 경우 방출된 에테르는 즉시 에테르계로 환원되지만
아주 많은 양이 방출되어 순간적인 환원 허용량을 초과하면
에테르계로 돌아가지 못한 채 남는 게 생기는 거야!
나는 이 환원 허용량을 '에테르의 문'이라 부르지! 그리고
수많은 생명이 한 번에 스러질수록 에테르의 문을 통과하지 못해
크리스탈이나 불가시 에테르로 남는 에테르도 많아진다는 거다!
수많은 생명이 한 번에 스러진 장소…… 어디겠나?
그래, 바로 옛 전쟁터다! 그렇기에 거기서 잔류 에테르를
조사하면 전쟁터의 규모 등을 미루어 알아볼 수 있단 말이지!!
전쟁사를 연구하는 내가
왜 '에테르학'에 정통한 것인지
이제 자네도 이해했으리라 생각하네.
아직도 '에테르'라는 에너지는 수수께끼로 가득하지.
새로운 해석과 증명이 등장하면 '에테르학' 역시
한 걸음 크게 도약할 거야.
'피로 물든 바닷가'라는 섬뜩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오래전 이 땅에서 끔찍한 참극이 일어났네.
지금으로부터 반서기…… 약 50년 전의 일일세.
당시 로타노 해를 어지럽히던 두 무리의 대해적단
'은모래 일가'와 '안개수염 해적단'이
핏빛해안 앞바다에서 대규모 해전을 벌였지.
전투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알 수 없어.
다만 두 해적단의 두령은 평소부터 견원지간으로 유명했으니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군.
덧붙이자면, 이 '은모래 일가'의 두령이 바로
현 림사 로민사 제독의 아버지 블루피스일세.
그리고 그 후 그녀가 아버지의 뒤를 잇게 되는데…….
아차, 이야기가 곁길로 샐 뻔했군. 아무튼 그 대해전에서
양쪽을 합쳐 갈레아스선 일곱 척에, 크고 작은 함선을
모두 포함하면 두 자릿수가 넘는 배가 격돌했다네.
그리고 거기서 갈레아스선 네 척이 침몰하고……
수백 명에 달하는 선원들이 바다에 잠들었어.
그리하여 핏빛해안에는
한동안 해적들의 시신이 수도 없이 떠내려오며
파도가 칠 때마다 그 땅을 핏빛으로 물들였다고 하지.
전쟁사란 때로 지명까지 바꿔버리는 걸세.
하기야, 요즘은 대부호 게게루주가 이주해서
신대륙 풍으로 '코스타 델 솔'이라고 부른다더군.
자, '핏빛해안'에 대한 강의는 여기까지일세!
역사는 수없이 많은 교훈과 격언을 담고 있네.
역사가 곧 자네 삶의 양식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게나.
'고운모래 평야'는 벨로디나 강 서쪽으로 펼쳐진
사화산의 기슭에 놓여 '로들리트 만'이 바로 보이는 땅으로……
강물의 흐름을 따라 모래가 쌓이며 만들어진 퇴적평야일세.
지금은 그리다니아 영토지만
한때는 내 고향 알라미고의 땅이었다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도시 알라미고에 강건왕 '맨프레드'가 즉위했지.
그 왕은 영토를 넓혀 경제를 일으키며 시민을 단결시키고자
후에 '단풍 전쟁'으로 불리는 전쟁의 불씨가 된
대규모 원정에 나섰네.
각 도시는 당연히 이에 반발했고
그중에서도 지리적으로 알라미고와 근접한 도시 그리다니아는
창의 명수 '뱅슐롱'이 지휘하는 군대를 앞세워 응전했네.
그에 대적한 알라미고의 장군은
'랄거 성도교'의 독실한 신자이자
시민들의 사랑을 받던 명장 '길바르드'였어.
각지에서 두 군대가 충돌했고,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지…….
뱅슐롱이 병으로 죽기 전까지는 말이야.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안 뱅슐롱은
무승부로 '고운모래 평야 전투'를 끝낸 다음……
그리다니아 군대를 '아홉덩굴 숲'으로 이끌었네.
그리고 그곳에서 성채를 쌓으며
마치 방어전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알라미고 군을 유인해내는 작전을 세워두었지.
하지만 그가 죽고 후임 사령관이 된 오스번은
한시라도 빨리 공을 세우고 싶은 마음에 곧 정면승부에 나섰네.
그리고 이를 안 길바르드는 길목 곳곳에 군사를 매복시켜두었지.
그리다니아 군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아홉덩굴 야영지'를
출발했지만, 가는 길 도중에 몇 번이고
알라미고 군의 기습을 받아 행군이 크게 지체되고 말았다네.
계획이 흐트러지자 조급해진 오스번은 강행군을 계속했고
마지막엔 크게 지친 채로 알라미고 진지가 훤히 보이는
'고운모래 평야'의 언덕에서 일단 야영을 하게 되었지.
길바르드는 바로 그때를 노리고 있었어!
그는 6000명의 병사를 이끌고 적진을 포위한 다음
적진으로 흘러가는 물길을 끊고, 밤낮없이 화살비를 퍼부었다네.
안 그래도 지쳐있던 그리다니아 군의 사기는 완전히 떨어졌고
오스번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돌격을 감행하며
직접 선두에 서서 포위망을 뚫으려 했으나 결국 실패…….
그를 포함한 여러 장군들이 포로로 잡혔고
시간의 환술황에게 빌린 지팡이 '클라우스트룸'까지
빼앗기고 말았네.
그리다니아는 그 참패로 말미암아 기세가 죽었고
알라미고는 사기가 잔뜩 올라, 한때 그리다니아가
'동쪽 잎맥' 부근까지 내몰리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지.
큰 공을 세운 길바르드는 더욱 어깨를 펴게 되었으며
그가 열렬히 믿고 있던 '랄거 성도교' 또한
그 덕에 정치적인 입지가 높아졌네.
'고운모래 평야'에 대한 강의는 여기까지일세!
역사는 수없이 많은 교훈과 격언을 담고 있네.
역사가 곧 자네 삶의 양식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게나.
알라미고와 그리다니아 사이에 벌어진 '단풍 전쟁'…….
'제1차 티놀카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것은 알라미고였네.
그리다니아는 '동쪽 잎맥' 근방까지 내몰린데다
그 여파로 전력도 분산되어버리는 바람에
간신히 산발적인 저항만 하고 있을 뿐이었네.
승리를 확신한 알라미고는 그리다니아에 항복을 권했지.
환술황은 안전을 보장하는 대신 알라미고에서 신병을 구속하며
중부삼림 일부와 동부삼림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그리다니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어.
이때, 그리다니아에게 구원의 손길이 나타났네. 상황을 주시하던
이웃나라 이슈가르드가 무거운 엉덩이를 뗀 거야.
이슈가르드는 림사 로민사와 울다하를 설득하여
함께 알라미고에 선전포고를 했고
곧 그리다니아를 향해 대규모 원군이 파견됐네.
하지만 이슈가르드가 '구세주' 노릇을 자청한 것이
순수한 의미였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아.
그리다니아가 알라미고에 흡수된다면 이슈가르드는
동쪽과 남쪽에서 동시에 위협을 받게 되니 그걸 걱정했던 거지.
림사 로민사나 울다하 역시
세력 확대를 꾀하는 알라미고를 견제하는 동시에
그리다니아에 빚을 지우려는 속셈도 있었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네 개의 도시국가가 연합군을 결성해
알라미고와 전면전에 나섰는데
이것이 바로 '제2차 티놀카 전투'일세.
그중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 '극동의 혼합림'이지.
그 전초전에서 연합군 정찰병이 알라미고 별동대의 움직임을
속속들이 파악하면서 완전히 기선을 제압했고,
이에 초조해진 알라미고는 이슈가르드 기병에 대항하고자
최정예 창병부대를 투입했네.
그리고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알라미고 왕 맨프레드가 직접 전선에 나섰지.
그러자 연합군은 전투에서 밀려 후퇴하는 것처럼 위장하여
알라미고 군을 '극동의 혼합림'까지 유인했어.
삼림지대에서는 이슈가르드 초코보 기병의 기동성도
떨어지긴 하지만, 긴 자루를 쓰는 알라미고 창병들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본 거지.
그리고 바로 여기서 활약한 것이 그리다니아의 궁병들이야.
전쟁터에서 그들이 부르는 군가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고 하지.
그래, 요즘 음유시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면서?
이 궁병들이 당시에는 음유시인이었다고 할 수 있어.
궁병들은 시야 확보가 어려운 숲 속의 전투에 매우 익숙했고
알라미고 병사들은 맥을 못추며 전력을 크게 잃고 말았네.
결국 알라미고는 패퇴하여 군대를 물렸는데
무엇보다 용장 길바르드가 여기서 죽고 만 것이 정말 치명적이었네.
맨프레드 왕도 큰 부상을 입고 말이야.
'극동의 혼합림'에 대한 강의는 여기까지일세!
역사는 수없이 많은 교훈과 격언을 담고 있네.
역사가 곧 자네 삶의 양식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게나.
'몽크'는 '랄거 성도교'의 수행승이자 승병이지.
알라미고 인들은 예로부터
파괴와 유성의 신 '랄거'를 신봉해왔네.
그중에서 가장 큰 종파가 바로 '랄거 성도교'…….
위다르겔트 그놈이 몸담은 일파일세.
'성도교'의 총본산인 '성도교 사원'의 승려들은
'파괴신 랄거'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서고자
육체와 정신을 갈고닦는 혹독하고 가혹한 수행을 거듭했네.
'몽크'의 체술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지. 그들은 체내의 에테르,
그들 식으로 말하자면 '기'의 흐름을 제어하여 파괴의 힘으로
방출하는 수행을 하며, 이 기법을 대대로 계승해왔다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이 갈고닦은 힘을
그저 수행에만 쓸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지.……후후, 역사란 이래서 재미있단 말야.
이윽고 '성도교'의 승려들은 승병의 면모를 띠게 됐네.
기라바니아 지방에 전란이 끊이지 않아
그들 스스로 사원을 지켜야 했기 때문일세.
하지만 그 시작은 사원의 방어를 위한 것이었지만
시대가 흐르고 '성도교'의 승병들은
어느새 세력다툼의 도구로 쓰이게 되었어.
그리고 신의 뜻을 내세우며 무력행사를 마다않는
'성도교'에 골치를 썩이던 권력자들은
거꾸로 그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계책을 생각했네.
그 결과, 종교와 왕권의 유착이 일어났고
'성도교'가 이끌던 승병,즉 '몽크'들은 왕국군의 일부가 되었지.
알라미고 군주의 검과 방패가 된 그들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성도교'는 나날이 정치적인 힘을 키워갔다네.
정치적으로도 크게 강해진 '성도교'는 국교로 지정되어
나라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지만……
이들의 힘이 지나치게 강한 것을 아니꼽게 보는 자도 있었지.
알라미고의 마지막 군주이자 가장 끔찍한 폭군……
폐왕 '테오도리크'도 그중 하나였어.
그 왕에게 '성도교'는 아주 큰 눈엣가시로 보였지.
그는 왕권에 대한 종교세력의 영향력을 배척하고자
"짐의 왕권은 랄거의 주인인 별의 신 니메이아로부터 오는 것"
이라는 주장을 시작했다네.
그리고 곧 랄거와 여타 신들에 대한 숭배를 금하고
오직 별의 신 니메이아의 대리인인 자신만을 믿도록 강요하며
이를 절대왕권에 대한 근거로 삼았네.
당연히 '성도교'를 비롯한 랄거 신도들은 크게 반발하여
각지에서 반란을 일으켰지만,
실은 이게 테오도리크가 의도하는 바였지.
테오도리크는 반란 진압을 구실로 대대적으로 군사를 일으켰고
반란을 주도한 고승을 붙잡아 고문한 끝에
왕을 폐위시키려 들고 일어났다고 자백하게 만들었어.
때는 제6성력 1552년.
테오도리크는 직접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성도교 사원'을 포위했지.
그리고 '성도교 사원'에 있던 모든 사람들…….
일반 승려, 신자, 피난민, 고용인 가릴 것 없이
그 모든 이들을 남김없이 몰살했다네.
'성도교'의 승병들, 즉 몽크가 이에 필사적으로 맞섰지만
결국 중과부적이었고, 이날 성도교의
핵심인물 대부분이 죽었다고 전해지고 있네.
……이날을 끝으로, '차크라'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자는
이 세상에서 전부 사라졌을 터이나…… 자네라는 자가 나타나
그 유례를 보기 드문 재능으로 스스로 '차크라'에 눈을 떴지…….
자네야 그렇다 쳐도, 위다르겔트는 대체 어떻게 각성한 거지?
그놈도 타고난 재능 덕을 본 건가?
……후후, 이래서 역사는 정말로 흥미롭다니까.
그럼 이번엔 '은빛눈물 호수'에 대해 강의하겠네.
'은빛눈물 호수'를 포함한 모르도나 일대는
예로부터 영적으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진 곳일세.
예를 들면, 알라그 제국의 초대 황제 '잔데'는
모르도나 지하에 자기 무덤을 마련할 정도였지.
'은빛눈물 호수'에 깃든 힘으로 부활할 수 있을 거라 믿었거든.
'은빛눈물 호수'에 얽힌 신화와 전설은 많지만,
가장 오래된 것을 꼽는다면 '은빛눈물 호수의 용신전설'일 거야.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네.
시간의 신 '알디크'에 이어 누이 '니메이아'가
소용돌이에서 탄생한 후, 세상에 물의 섭리가 생겨나면서
그 중심에 '은빛눈물 호수'가 만들어졌지.
이 호수는 물의 섭리와 함께 솟아났으며
마르지 않는 마력이 샘솟는 '마력의 원천'이었네.
두 명의 신은 사악한 자가 호수에 손을 뻗지 못하도록
물의 섭리와 함께 나타난 환룡 '미드가르드오름'으로 하여금
이곳을 지키도록 했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용을
'호수의 수호신'으로 숭배했다고 하지.
그 '수호신'은 이제 와선 '은빛눈물 호수' 중앙에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검은 유해가 되었지만 말이야…….
……그 유해가 정말 '미드가르드오름'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그건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있었던 일로부터 전해지는 것이지.
그 당시 내 조국 알라미고를 점령한 갈레말 제국은, 비공전함
'아그리우스'를 포함한 함대를 '은빛눈물 호수'로 보냈네.
에테르의 흐름이 강한 이 땅을
확보해두려고 했던 것이지.
바로 그때, 갑자기 호수 수면이 순식간에 치솟아 오르며
물이 갈라지는가 싶더니 환룡 '미드가르드오름'이 나타나
제국 함대를 덮쳤다네.
이것이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은빛눈물 호수 공중전'일세.
그리고 '아그리우스'와 '미드가르드오름'은
치열한 전투 끝에…… 서로 같이 죽는 형상이 되었지.
'미드가르드오름'의 공격을 받아 추락한 '아그리우스'는
청린 기관이 파손되어 대폭발을 일으키고 말았고
이로 인해 '미드가르드오름' 또한 새까맣게 타버렸다고 하네.
'아그리우스'의 잔해와 그를 휘감은 '미드가르드오름'의 유해는
이후 사람들에게 '묵약의 탑'이라 불리게 되었지.
이 일은 종교가나 신화학자에게 있어 신의 존재 증명과 관련된
무척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강대한
제국 군사력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다네.
우린 그때 그 용이 나타난 정확한 이유가 뭔지도 모르고……
실은 그 용이 '미드가르드오름'이라는 것조차
그냥 옛이야기와 정황에 비추어 그렇게 추측하는 것뿐이야.
내가 보기엔 그 전투 자체가
"갈레말 제국이 꾸며낸 거짓 사실"인 것 같네만……
글쎄, 진실은 어떨는지…….
……그런데 진짜 중요한 사실은 그것만이 아니야.
실은 내 일련의 연구가 은빛눈물 호수에
감춰진 역사적 유물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네!
우리는 여태껏 그 땅의 에테르가 흐트러진 것이
'은빛눈물 호수 공중전'의 영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 원인이 하나 더 있었어!
은빛눈물 호수에서 '묵약의 탑'이 발하는
불규칙적인 에테르 파동 외에도, 남동쪽 지하 깊숙한 곳에서
발생하는 더욱 강력한 에테르파를 내가 측정해낸 거지!
이게 바로 그 전투 당시에는
아직 땅속에 묻혀있던 '크리스탈 타워'였던 거라네!
고대 알라그 문명이 이룩한 기술의 결정체, '크리스탈 타워'!
재해 직후 땅 위에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5년 만에
하늘을 찌르는 거탑이 되었지…… 얼마나 대단한 일이야!
5000년이 넘는 세월을 뛰어넘어
부활한 전설의 거탑…… 신비란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걸세!
한 번쯤은 자네도 직접 그걸 보고 오는 게 좋아.
……자, 이번 강의는 여기까지일세.
내가 '크리스탈 타워 실존설'을 발표했을 당시에는
학회에서 그걸 가지고 논쟁하느라 한바탕 난리가 났었는데…….
결국 재해가 그걸 입증해줬지.
지금은 알라그 문명을 연구하는 '성 코이나크 재단'이
크리스탈 타워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지? 결과가 기대되는군.
알라미고 최후의 군주, 폐왕 '테오도리크'가
폭군이었다는 사실은 '몽크' 강의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
그가 알라미고의 마지막 왕이 된 것은 필연이라고도 할 수 있네.
그렇다면 그 필연이란 과연 무엇이었는가.
이번 강의에서는 그에 초점을 맞춰보기로 하지.
테오도리크는 종교세력, 즉 '랄거 성도교'가
왕권에까지 간섭할 정도의 힘을 가진 것을 아주 못마땅해 했네.
이를 배척하고자
"왕권은 별의 신 니메이아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쳤다는 것도 앞서 이야기했지.
하지만 알라미고는 기반이 탄탄한 도시국가.
종교탄압이 큰 사건이긴 했지만,
그 일로 체제 자체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네.
알라미고를 기울게 한 것은 종교탄압 이후 폭주하기 시작한 왕의
의도를 알 수 없는 갖가지 기행과
차마 인간으로서 저질러선 안 될 만행이었네.
'성도교 사원'을 불바다로 만들고
종교 세력의 저항이 수그러들자 테오도리크는
미친 사람처럼 열심히 왕족들을 처형하기 시작했네.
선왕 시절의 충신이건 뭐건 물불을 가리지 않았어.
아무리 알라미고가 발에 채일 만큼 왕족이 많은 국가였다 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처형을 해대니
결국 칼은 들었으나 죽일 사람이 없게 되었지.
왕족…… 특히 왕위 계승권을 지닌 자들은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씨가 말랐고
테오도리크의 칼끝은 귀족과 의원, 상인에게도 향했네.
신변의 위협을 느낀 그들은 테오도리크의 아내, 왕비에게
왕을 말려달라고 부탁했고 왕비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지.
하지만 테오도리크는 왕비의 충고를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
이대로는 길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왕비는
귀족들, 그리고 왕태후와 손을 잡고 왕을 암살하려 했네.
그러나 귀족 한 사람이 배신하고 왕에게 밀고를 하는 바람에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됐어.
물론 계획에 이름을 올렸던 자는 전원 목이 떨어졌지.
이 사건 이후 왕은 더 미친듯이 숙청의 칼날을 휘둘렀어.
권력자에서 길거리 장사꾼에 이르기까지
알라미고에는 말 그대로 피의 비가 내렸다네.
그 후에는 어떻게 됐는지 알겠지.
왕 옆에는 아첨꾼과 밀고자가 판을 쳤고, 시민들은 집 안으로
숨어들었지. 왕은 누구라도 트집을 잡아 처형하려 들었고
이를 말리려 하던 충신들 또한 차례로 죽어 나갔네.
그리고 참다못한 시민들이 반란을 일으켰지.
왕을 지켜야 할 근위병들마저 칼을 버린 채
반란군의 승리를 기원했지만, 누가 이들을 탓하겠나.
……설령 그 반란의 뒤에
제국의 부추김이 있었다 해도 말일세.
아무튼 테오도리크는 성난 파도처럼 왕궁으로 밀려든
반란군에게 추격당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알라미고 왕가의 피는 거기서 끊어졌네.
……그렇게 알려졌지만, 실은 아직 한 사람이 남아있지.
알라미고 왕가의 혈족 말이야.
그의 이름은 '테오드레드'.
테오도리크의 조카뻘이 되는데,
태어나자마자 그 어머니의 기지로
시골 구석의 성도교 사원에 맡겨졌다고 하는군.
'알라미고 최후의 왕'에 대한 강의는 여기까지일세!
역사적 사건의 이면에는 수많은 교훈이 담겨있지.
과거에서 깨달음을 얻어 삶의 양식으로 삼도록 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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